전기차 확산 속, 충전소 와이파이망이 노출된 새로운 보안 경로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은 우리 일상의 에너지 인프라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2025년 현재,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100만 대를 넘어섰으며, 도심 곳곳과 고속도로, 쇼핑몰, 주거 단지 내에 전기차 충전소가 본격적으로 설치되면서 '충전'이라는 행위는 이제 이동 중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충전 인프라의 핵심에는 항상 인터넷 연결이 존재한다. 충전기는 서버와 통신하며 사용자 인증, 결제,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처리하고, 사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충전 내용을 확인하거나 원격 제어 기능을 활용한다. 문제는 이들 충전소 다수가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반으로 운영되며, 충전기 간 통신, 관리자의 원격 접속, 사용자 서비스 모두가 인터넷 환경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충전소에서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무료 와이파이를 함께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쇼핑몰 주차장, 도심 카페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된 충전소에서는 “Free_EV_WiFi”, “EV_Station_Guest”와 같은 SSID가 공공 와이파이 형태로 개방되어 있으며, 운전자들은 충전 대기 중 자연스럽게 이 네트워크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와이파이 보안에 대한 취약점을 대규모로 노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충전소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제대로 암호화되어 있지 않거나, 관리자 비밀번호가 초깃값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면 공격자는 단순히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충전기의 운영 서버, 사용자 계정, 결제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는 에너지 인프라이자 개인 데이터가 오가는 통신 거점이다. 따라서 이들 네트워크의 와이파이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그 위험성을 분석하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충전소 와이파이 보안 실태와 실제 해킹 사례 분석
전기차 충전소에서 제공되는 와이파이는 크게 두 가지 용도로 나뉜다. 첫째는 내부 운영을 위한 관리자 통신망이며, 둘째는 소비자 편의를 위한 공용 와이파이 서비스다. 문제는 이 두 와이파이망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즉, 외부 사용자가 접속한 와이파이에서 운영 시스템 내부망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2024년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발생한 충전소 보안 사고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전기차 이용자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하던 중,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하지만 해당 와이파이는 충전기 내부 네트워크와 분리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해당 이용자는 공개된 API 포트에 우연히 접근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충전기 상태 제어, 펌웨어 재부팅, 사용자 충전 이력 열람 등의 기능이 외부에서 노출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충전소는 하루 동안 30여 건의 이상 작동을 기록했고, 일부는 악의적으로 무단 충전이 실행되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위험성이 존재한다. 2023년 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 충전소에서는 충전기 제조사에서 제공한 웹 기반 관리자 페이지가 암호 없이 외부 접속할 수 있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고, 여기에 접속하면 충전량 조작, 사용자 리스트 다운로드 등이 가능했다. 조사 결과, 충전기 자체는 고성능 보안 칩을 내장하고 있었지만 이들을 연결하는 와이파이망은 기본 SSID 및 WPA2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관리자 암호는 제조사의 초기 비밀번호인 ‘admin 123’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일반 사용자의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충전소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사용자는 휴대전화의 백그라운드 앱, 메신저, 이메일, 클라우드 동기화 등의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와이파이 스니핑, 중간자 공격, DNS 스푸핑과 같은 방식은 보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식별이 어렵고, 실시간 피해가 아닌 만큼 인지하지 못한 채 장기적인 보안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소에서의 와이파이 보안은 단순한 네트워크 관리 수준을 넘어 실제 해킹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포함하고 있으며, 운영사, 제조사, 사용자 모두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안전을 위한 와이파이 보안 강화 방안
전기차 충전소의 와이파이 보안 문제는 그 자체로 보안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공공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신뢰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단순한 비밀번호 방치, 암호화 방식 미적용, 내부망 분리 미흡 등의 기초적인 보안 설정 미비만으로도 실제 해킹 사고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요구된다.
내부망과 외부망의 철저한 분리
소비자용 와이파이와 충전기 운영 망은 반드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야 하며, VLAN 설정이나 이중 라우터 구조 도입을 통해 접속 경로를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와이파이 암호화 방식 고도화
WPA 3 이상 암호화 방식 사용을 의무화하고, 모든 관리자 접속은 SSL 기반의 인증 시스템으로 대체해야 한다.
충전기 제조사 보안 가이드라인 강화
관리자 페이지 암호 초기화, 원격 접속 차단, 펌웨어 업데이트 알림 등의 보안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주기적으로 취약점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운영사 보안 교육 및 점검 시스템 구축
충전소 설치 및 유지보수 담당자에게는 정기적인 와이파이 보안 교육을 제공하고, 이상 접속 탐지 시스템을 활용한 자동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사용자 대상 안내 및 경고 시스템
충전소 와이파이 접속 시 팝업 형태로 ‘공공 와이파이 사용 시 주의 사항’을 노출하고, 금융 업무나 개인정보 입력은 LTE/5G 망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전기차 충전소의 와이파이 보안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 제공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디지털 안전과 직결된 기반 시설 보안 문제다. 정부는 관련 지침을 구체화하고, 민간 충전 사업자에게 보안 강화 책임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일반 소비자도 공공 와이파이 이용 시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전기차 시대의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환경적 측면만이 아니라, 디지털 보안 인프라의 안전성 확보와 함께 완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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